읽고 난 후
대학교 다니던 시절, 컴퓨터게임개론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게임의 전반적인 발전 역사와 교수님의 게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강의였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에도 교수님께서 이 책과 비슷한 말을 했던 게 생각나 살짝 웃음이 지어졌다.
"게임이 뭘까요?"
질문에 대한 답으로 게임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재미라는 것을 다양한 분야와 역사에 걸쳐 알아보았던 강의였다. 당시 강의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재미는 영원하지 않다'였다.
왜 유독 그 말이 아직까지 가끔 기억날까 생각했었는데 라프코스터의 글을 읽으면서 이론적으로 다시 고민해볼 수 있어 좋았다.
요즘에는 AI의 등장으로 너도 나도 게임을 개발하는 시대가 왔다. 그러다보니 흔히 말하는 AI Slop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그런만큼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대한 고민을 한번 쯤 깊게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물론 어떤 사람은 마케팅의 중요성을 말하기도 한다.)
사실 궁금해서 이 책을 써낸 Raphkoster님의 블로그도 찾아보았다. 아쉽게도 최근에는 그리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진 않아 아쉬움도 있었다.
1장. 왜 이 책을 쓰는가?
- 아이들은 패턴을 보았지만, 이해하지는 못했다. 마치 우리가 무언가를 볼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 사실 많은 사람에게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나 역시 완벽하게 숙련된 일이지만,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할 때가 많다.
- 그러나 게임은 영원하지 않다. 언젠가는 "있잖아, 이 게임은 끝까지 다 해본 것 같아." 라고 말하는 시점이 온다.
- 게임은 너무 어려워도 지루하고, 너무 쉬워도 지루하다.
- 내가 게임이란 무엇이며, 재미란 어떤 것이며, 게임이 왜 의미가 있는지 질문을 던지겠다고 마음 먹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아이들의 행동 발달에 관한 심리학 서적은 상당히 많다. 그러나 게임은 그다지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 왜 어떤 게임은 재미있고 어떤 게임은 지루할까?
- 왜 어떤 게임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루해지는데, 어떤 게임은 오래 해도 재미있을까?
2장. 뇌는 어떻게 동작하나?
- 컴퓨터 게임의 명작 <문명>을 디자인한 시드 마이어는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라는 유명한 정의를 내린 바 있다.
- 이에 대해 나는 뇌의 작동 방식에 관한 자료를 읽으면서 답을 찾았다. 내가 읽은 바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주로 게걸스럽게 패턴을 먹어 치우는 존재로, 말하자면 개념을 먹어 치우는 회색의 부드럽고 포동포동한 팩맨이라 할 수 있다.
- 간단하게 말하면, 뇌는 정보의 빈 곳을 채우는 데 특화되어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 작업을 계속한다.
- 우리의 뇌는 상관없는 것을 편집하는 일을 잘한다.
-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인식한다.
- 뇌는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현실 세계를 숨긴다.
- 이러한 지식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는 것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그럴듯한 표현인 '인지 이론'이라는 영역에 속한다.
- 위에 언습한 대부분의 내용은
청크 만들기라는 개념의 사례다. 우리는 언제나 청크를 만든다.
- 우리는 보통 이렇게 자동화된 청크 패턴을 돌린다. 생각이란, 사실 대부분이 기억이며 지나간 경험에 대한 패턴 매칭이다.
- 또한 우리가 보는 대부분이 청크 패턴이다. 우리는 실제 세상을 직접 보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그 대신 세상을 청크로 만들어 인지하고, 청크로 만들어 기억한다.
- 뇌가 무언가를 진짜로 연습하면 우리는 이에 대해 꿈을 꾼다. 이는 새로 얻은 패턴을 기존에 알고 있는 모든 것과 일치시키기 위해 조정하는 작업이며, 새로 신경계를 새겨나가는 직관적인 영역이다.
3장. 게임이란 무엇인가?
- 게임과 뇌가 사물을 시각화하는 행동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우리가 현실을 인지한다는 건 뇌가 현실을 추상화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 게임은 뇌가 씹어먹기 좋게 농축한 청크(Chunk)다.
- 달리 말하면, 게임은 매우 원초적이며 강력한 학습 도구의 역할을 한다.
- 게임은 인식하는 일이며, 패턴 분석을 배우는 과정이다.
- 우리는 더 많은 패턴을 학습할수록 더 참신한 게임에서 매력을 느낀다. 연습하면서 한동안 게임을 신선하게 느끼지만, 대부분 "음, 알았다. 이제 더 연습할 필요가 없겠네"라고 말하고 그만둔다.
- 결국 게임이 만들어내는 확률 공간의 가능성을 모두 꿰어버린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게임은 일회성이며, 지루함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 재미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온다.
- 게임을 더 오래 플레이하도록 만들려면 해를 모르는 수학 문제를 도입하거나 인간 심리학, 물리학 등을 활용해 더 많은 변수를 넣어야 한다.
- 이런 요소는 게임의 규칙 밖에서 발생하고, '마법의 원'밖에서 온다.
- 재미는 우리 뇌가 좋다고 느끼는 것이다.
-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과정은 다양하고, 학습 외 다른 것도 나중에 다룰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학습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기에 좋은 게임이란 '플레이어가 플레이를 그만두기 전에 가르쳐야 할 것을 모두 가르쳐주는 것'이다.
4장. 게임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 게이미피케이션은 시스템 위에 그저 올라가 있을 뿐 좋은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풍부한 해석은 빠져 있다. 보상 체계만으로는 게임이라고 할 수 없다.
- 그런데도 우리는 삶에 필요한 기술을 갈고 닦는 데서 재미를 느낀다. 비록 뇌 깊숙이 있는 원시적인 부분이 여전히 사격이나 보초 서기를 연습하고자 하더라도, 우리는 좀 더 현대인의 삶에 맞도록 게임을 개량해왔다.
- 게임은 진화하고 있으나,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게임은 여전히 거의 같은 활동을 공통 핵심 요소로 가지고 있다. 자원 배분, 권력 투영, 영지 관리 같은 활동 말이다.
- 오늘날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자문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게임은 그런 기술을 가르쳐줄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
- 게임의 점프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조작감이 좋은' 게임들은 한 가지 중요한 특성을 공유한다. 사람들이 점프 버튼을 눌렀을 때 화면의 캐릭터는 공중에서 거의 비슷한 시간을 머물렀다.
-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대 비디오 게임의 진화는 대부분 위상기하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게임 진화 과정의 각 세대는 플레이 공간 모양의 상대적으로 극미한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
5장. 게임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
- 설명할 때 '게임'이라는 용어를 상당히 느슨하게 적용하여 게임 안에 게임 시스템을 포함해서 이야기했다. 그러나 게임 안에서 완벽하게 추상화된 시뮬레이션을 찾기란 쉽지 않다.
- 게임과 이야기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 나는 재미를 학습 과정에서 패턴을 습득했을 때 뇌가 주는 피드백이라고 정의한다.
- 여기서 배울 점은 재미에 맥락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특정 활동을 하는 이유는 매우 중요하다. 버나드 수츠는 이것을 '루소리에티튜드'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활동을 인과관계가 없는 '마법의 원'에 넣는 것을 뜻한다.
- 그래서 재미란 어떤 느낌이냐고? 음, 많은 플레이어의 말을 빌리면 'Zone에 들어가는' 순간이 있다. 학구적으로 말하면, 칙센트미하이의 '플로우(Flow)'라는 개념을 참고해도 좋다.
- 그러므로 재미는 플로우가 아니다. 수많은 활동에서 플로우를 찾을 수 있지만, 모두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 게임은 그 자체로 매우 가치 있는 것이다. 재미는 결과에 대한 부담이 없는 가운데 맥락 속에서 배우는 것이며, 그것이 게임이 소중한 이유다.
6장. 사람은 각자 다른 재미를 추구한다.
- 사람은 각자 다양한 속도와 다양한 방식으로 배운다.
- 사람의 뇌는 강점과 약점이 각기 다르므로 이상적인 게임도 각각 다를 것이다.
7장. 학습의 문제점
- 학습에는 문제가 있다. 우선 매우 힘들다.
- 모든 게임의 고전적인 문제 중 하나는 게임을 즐기라고 만들어둔 보호공간인 '마법의 원'을 플레이어가 거리낌 없이 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많은 플레이어가 기꺼이 치팅을 한다.
- 우리는 즐거움때문에 예측 불가능함을 좋아한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예측 불가능함은 그 위험이 너무나도 크다. 그래서 애초에 예측 불가능함과 학습의 경험을 하나로 묶어 위험이 없는 시공간에 몰아넣는 '게임'이 필요했던 것이다.
- 이것이 게임의 원래 목적이다. 게임은 우리가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또 그렇게 하려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준다. 달리 말하면, 게임의 운명은 지루해져서 재미없어지는 것이다.
- 성공한 게임 활동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보상이다. 무언가를 할 때 정량적인 이득이 없으면 뇌는 그 활동을 포기해버리곤 한다.
- 결국, 이것이 배움의 영광이면서 근본적인 문제다. 무언가를 배우고 나면 이제 끝난 것이다. 배운 것을 다시 배울 수는 없다.
8장. 사람들의 문제
- 사람들은 게으르다.
- 창의력은 이종 교배에서 나오지, 같은 아이디어를 반복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9장. 맥락 속의 게임
- 당신은 실제로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 이는 우리가 게임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지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크고, 복잡하며, 해석의 여지가 있으면서,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무언가를 말이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게임과 상호작용하고 난 후에 다시 돌아와 기존의 도전에서 새로운 측면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 그것이 무언가 창작을 넘어서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순간을 가장 잘 정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모든 예술가는 창작할 때 제약을 가한다.
- 좋은 게임은 유저가 주어진 도구를 사용해 반응을 창조해내도록 만든다.
10장. 엔터테인먼트의 윤리
- 콘텐츠를 디자인하는 것과 최종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은 다르다.
- 게임을 설명할 때 우리는 형식적 추상 시스템만 가지고 설명하지 않는다. 전반적인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한다.
- 외양은 매우 중요하다.
- 플레이어는 허구를 간파하지만, 허구도 게임이라는 예술의 일부다.
- 위험한 건 속물근성이다. 우리가 계속 게임을 하찮은 엔터테인먼트로 여긴다면 나중에는 게임을 음란물처럼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것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우리가 외설임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회적 가치를 보완하는지 아닌지다.
- 모든 매체의 창작자에게는 자신의 창작물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가 있다.
11장. 게임이 가야 할 길
- 게임과 인간의 관계를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 내면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도 있지만, 게임이 진정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우리 자신에 대한 통찰을 제시해야 한다.
- 게임이 풍성한 예술이 되려면, 매커니즘은 인간의 조건을 드러내야 한다.
- 게임을 만드는 데 있어서 장애물은 매커니즘 요소가 아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심리 상태, 자세, 세상을 보는 관점이다.
12장. 정당한 자리 차지하기
- 게임은 창작자의 의지가 담긴 형식 시스템을 창조해낼 필요가 있다.
- 모든 예술과 모든 엔터테인먼트는 수용자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하며 도전한다.